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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계 합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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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계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은 허버트 사이먼(Herbert Simon)이 제안한 개념으로, 개인이 의사결정을 할 때 결정 문제의 견인성, 정신의 인지적 한계, 의사 결정에 이용 가능한 시간에 의해 합리성이 제한된다는 이론이다. 관리자(administrative man) 이론으로 불리기도 한다.

개요[편집]

허버트 사이먼은 경제학, 정치학 및 관련 학문에 사용되는 의사결정 수학적 모델링의 대안으로 유계 합리성을 제안했다. 그것은 의사결정을 이용 가능한 정보를 고려하여 최적의 선택을 찾는 완전히 합리적인 과정으로 보는 합리성(rationality as optimization)을 보완한다.[1] 유계 합리성 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사이먼은 인간을 '정보보유량과 처리능력의 한계가 있는 존재'로 파악했다. 자신의 지식으로 이해하거나 경험한 한계성을 가지고 판단한다는 의미이다. 즉 유계 합리성 이론은 우리가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는 자기가 갖고 있는 바운더리 내의 판단체계를 가지고 결정한다는 것이다.[2] 사이먼은 가위 한 쌍의 비유를 사용했는데, 여기서 한 칼날은 실제 인간의 인지적 한계와 다른 칼날은 환경의 구조를 나타내며, 정신이 환경의 알려진 구조적 규칙성을 이용하여 제한된 자원을 보상하는 방법을 예시하고 있다. 많은 경제 모델은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합리적이고, 충분히 많은 양이 그들의 선호에 따라 행동하기 위해 근사치를 구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유계 합리성으로, 사이먼의 목표는 '경제인으로서의 글로벌 합리성을 그러한 유기체가 존재하는 환경의 종류에서 인간을 포함한 유기체가 실제로 소유하고 있는 정보 접근과 계산 능력에 양립할 수 있는 일종의 이성적 행동과 대체하는 것'이었다. 요컨대, 유계 합리성의 개념은 '완벽한 합리성'의 개념을 수정하여, 자연적 의사결정 문제와 그것들을 만드는 데 이용 가능한 유한한 계산 자원의 난해성 때문에 종종 완벽하게 합리적인 결정이 실제로 실현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설명한다. 유계 합리성의 개념은 경제, 심리학, 법학, 정치학, 인지과학을 포함한 다른 학문 분야에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회과학에서 인간 행동의 일부 모델은 합리적 선택 이론이나 다운스 정치 기관 모델에서와 같이 인간을 합리적으로 근사하게 추정하거나 합리적 실체로 묘사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1]

역사[편집]

허버트 사이먼(1916. 06. 15 ~ 2001. 02. 09)은 진리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선택의 기로에 설 때마다 놀라운 창조력을 발휘했던 21세기의 르네상스적 인간이다. 그는 과학의 이름으로 인간의 의사결정의 비밀을 파헤치는데 모든 연구력을 집중하였다. 비밀의 문을 여는 열쇠는 유계 합리성이었다. 사이먼은 의사결정의 비밀을 풀기 위해 정치학, 행정학, 경제학, 관리과학, 심리학, 컴퓨터과학 등 수많은 학문분야를 섭렵하였으며, 가는 곳마다 비밀의 열쇠로 새로운 길을 열었다. 그 덕분에 그의 동료들과 후학들은 ‘거인의 어깨위에 서서’ 더 멀리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사이먼은 학문의 제도적 장소(locus)보다는 연구 주제(focus)에 집중하였다. 그는 의사결정을 평생의 학문적 연구주제로 잡고 있었으며, 이를 해명하기 위해 다양한 학문분야를 섭렵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하기도 하였다.[3] 사이먼은 상당히 엄격한 공식화의 맥락 안에서 고수하면서 합리성의 일반적인 모델을 다소 더 현실화할 수 있는 여러 차원을 설명한다. 여기에는 다음이 포함된다.

  • 효용 함수의 유형 제한
  • 정보 수집 및 처리 비용 인식
  • 수치 또는 다중값 유틸리티 함수를 가질 가능성

사이먼은 경제 주체들이 엄격한 최적화 규칙보다는 휴리스틱스를 사용하여 결정을 내릴 것을 제안한다.[1] 유계 합리성의 원리는 효용극대화와 이익이 인간행동의 결정적인 동기라는 관념을 논박하는 근거이다. 따라서 그것은 효용극대화와 이익을 전제로 하는 시장지향적인 경제학에 의해 영향을 받은 현대행정학의 문제들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3]

 "아마도 가장 분명한 것은 지속적인 휴리스틱 탐색을 수행하면서 인간의 의사결정에 관한 진리의 성배를 찾는 것이 과학자이자 선생으로서 추구하는 주제라는 것이다. 나의 경우에 그러한 실조차도 정치학자, 조직이론가, 경제학자, 관리과학자, 컴퓨터과학자, 심리학자, 과학철학자 등과 같은 더 미세한 가닥들로 짜여 있다"'

원리[편집]

유계 합리성은 행위자의 문제해결능력과 해결해야 할 문제의 규모간의 격차에 의해 설명된다. 유계 합리성의 원리는 합리성을 추구하는 불완전한 인간과 환경의 구조를 기본 요소로 하며, 그러한 조건에는 대안을 찾아가는 탐색이 주요한 전략으로 제시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은 궁극적으로 환경에 적응적인 특성을 갖는다. 따라서 인간의 특성, 환경의 구조, 탐색의 절차적 합리성, 그리고 적응을 기본 요소로 정리하고자 한다.

적응[편집]

일반적으로 개방 체계는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체계의 유지와 작동에 필요한 자원과 정보를 흡수하고, 체계의 내부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결과물들을 환경에 산출한다. 그러면 환경은 체계의 산출물에 반응하여 일정한 신호를 다시 체계에 보내게 된다. 이러한 투입, 산출, 그리고 피드백이라는 일련의 과정이 지속적으로 적절하게 이루어질 때, 체계는 환경에 적응하면서 안정과 균형을 유지하게 된다. 개방체계의 생명은 환경에 대한 적응능력에 달려 있다. 인간은 개방 체계이다. 인간은 자연 환경 및 사회 환경과 지속적으로 적절하게 투입, 산출, 피드백의 과정이 이루어질 때, 육체적 건강과 안정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사이먼은 ‘사고하는 인간’을 컴퓨터의 메타포를 활용하여 투입-산출-피드백(재투입)이 이루어지는 개방 체계, 즉 정보처리체계(information processing system)로 이해한다. 정보처리체계로서의 인간은 두뇌라는 하드웨어와 그 안에서 정보처리가 이루어지는 소프트웨어프로그램(program)으로 구성된다. 프로그램은 하나의 문제에 대응하는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유사한 문제들에 대응할 수 있는 하나의 프로그램이다. 하나의 덧셈 프로그램만 있으면, 다양한 덧셈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프로그램은 다양한 문제들의 특성에 맞게 대응할 수 있을 때 성공적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프로그램은 다양하게 제시되는 문제들에 대응하면서 답을 탐색해 나가는 적응 체계(adaptive system)라 할 수 있다. 사이먼은 유명한 개미의 예를 들어 적응 체계로서의 행태적 특성을 묘사하고, 사고하는 인간의 경우도 개미의 예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행태 체계로 보면 개미는 꽤 단순하다. 시간의 경과에 따라 개미 행태의 명백한 복잡성은 주로 개미가 존재하는 환경의 복잡성의 반영이다.” 개미에게는 생물학적으로 길 찾기와 관련된 유전자 프로그램이 있다. 프로그램은 모든 환경에서 동일하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지까지 가는데 배치된 환경의 특성에 맞게 작동한다. 따라서 장애물이 없는 매끈한 길에서는 가장 단순한 직진 행태를 보이고, 다양한 장애물이 있는 길에서는 다양하고 복잡한 행태를 보이게 된다. 이것이 제한된 능력을 가진 유기체나 인간이 환경에 적응하는 방법이다. 진화 과정에서 적응은 유기체의 생존과 종족의 번식을 보장하는 핵심적인 기제이다. 문제 해결의 절차로서 프로그램은 유전자의 형태로 세대 간에 전수된다. 사이먼은 특히 문화적 존재로서 인간을 염두에 두고 생물학적 유전자와 ‘문화적 유전자(culturgen)’가 생물학적으로 문화적으로 세대 간에 이전된다고 본다. 유전자의 이전은 문제해결을 위한 프로그램이 장착되는(installed) 과정을 말한다. 생물학적 유전자는 재생산 자체가 프로그램화 과정이라 할 수 있는데 반해서, 문화적 유전자는 사회화라는 후천적인 프로그램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사이먼은 이러한 프로그램화 가능성(programmability)이 높은 경우, 적응과 생존의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프로그램화 가능성은 사회력 압력(영향력) 하에서 프로그램을 수용하는 능력, 즉 순치(docility) 능력을 말한다. 유계 합리성을 가진 정보처리체계로서 인간의 경우에 프로그램 수용 능력, 즉 순치 능력은 문화적 유전자의 이전에 필수적인 것으로서 적응적 합리성이나 진화적 합리성을 실현하는 전제조건이다.[3]

절차적 합리성[편집]

쥐가 미로상자에서 길을 찾는 실험을 상상해 보자. 미로상자 위에서 모든 길을 조망할 수 있는 우리와 미로상자 안에서 길을 찾는 쥐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우리는 모든 대안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어느 길로 가는 것이 목적지에 도달하는데 가장 적합한지를 찾을 수 있다. 올림포스의 신전에서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는 신들의 눈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쥐는 다르다. 그것은 전체를 조망할 수 없는 상태에서 분기점이 나타날 때마다 선택을 해야 하고, 실패하면 다시 되돌아 와서 다른 길로 가야 한다. 그러니까 쥐는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목적지를 향해 조금씩 다가가는 것이다. 올림포스가 아닌 세속에 있는 인간 역시 쥐와 다르지 않다. 사이먼은 신이 아닌 인간의 눈으로 대안탐색의 논리를 정립하고자 한다. 그래서 그는 절 차적 합리성을 제안한다. 사이먼은 법학의 실체법과 절차법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실체적 합리성과 절차적 합리성을 개념화한다. 실체적 합리성은 주어진 조건이나 제약조건에 의해 부과된 한계 안에서 주어진 목표의 성취에 가장 적합하게 행동하는 경우로서 선택의 결과에 초점을 맞춘다. 절차적 합리성은 선택에 도달하기 위해 합당한 절차(과정)를 따르는 경우로서 선택의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인간의 문제해결능력보다 문제의 규모가 큰 경우, 실체적 합리성을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불확실성, 대안형성의 곤란성, 계산 능력의 한계 등과 같은 합리성의 제약 요인들을 현실적으로 고려한다면, 탐색(search) 과정을 이론적인 논의에 포함시키고, 대안 선택의 기준을 최적 수준에서 만족 수준으로 변경시키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현실적인 문제 상황에서는 최적의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이먼은 볼테르(Voltaire)가 ≪철학사전 (Dictionaire Philosophque, 1946)≫에서 말한 “가장 좋은 것은 좋은 것의 적이다.”라는 말을 “최적화는 만족화의 적이다.”로 번역한다. 만족 수준은 행위자가 가지고 있는 열망 수준(aspiration level)과 함수 관계에 있다. 만족할 만한 대안을 찾는 것이 쉽다고 생각하면, 열망 수준이 올라가고, 그것을 찾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면, 열망 수준은 내려간다. 만족 수준을 선택 기준으로 삼는 경우에는 휴리스틱이나 시행 착오 등이 그럴듯한 대안을 모색하는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유계 합리성 하에서의 선택 원리는 세 가지 규칙으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단순 탐색 규칙(simple search rules)으로서 탐색이 단계적(step-by-step)으로 이루어진다. 한 단계에서 획득된 일련의 정보에 따라 조정이 이루어지면, 다음 단계에서 다시 정보를 얻어서 조정을 이루는 방식으로 탐색을 반복적으로 해 나가는 것이다. 둘째, 단순 중지 규칙(simple stopping rules)으로서 열망 수준을 만족시키는 선에서 탐색을 중지한다. 셋째, 단순 결정 규칙(simple decision rules)으로서 탐색이 중지되고 한정된 양의 정보가 획득되면, 가장 그럴듯한 이유로 선호되는 대안을 선택한다. 사실상 사이먼의 관심은 절차적 합리성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데 맞춰 있다. 그러니까 엄밀하게 말하면, 유계 합리성은 이론이나 원리라기보다는 인간의 실존 조건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그러한 조건에서 절차적 합리성을 추구하는 것이 핵심이 된다. 유계 합리성은 인간의 실존조건이고 절차적 합리성은 그러한 조건에 대응하는 방법이다.[3]

인간의 합리 지향성[편집]

인간은 합리적 존재(rational being)가 아니라 합리적이려고 노력하는 합리지향적인 존재(intendedly rational being)이다. 다만 제한된 범위 안에서만 합리성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행동은 목적 지향적이지만, 인간의 인지 구조와 당면한 환경의 복잡성 간의 상호작용 때문에 목표를 이루는데 종종 실패한다. 지성사적으로 이러한 관념의 기원을 사이먼보다는 페레토(Pareto)가 ≪정신과 사회 (Mind and Society, 1935)≫에서 개진한 인간행동의 유형화에서 찾기도 한다. 페레토는 인간의 행동을 논리적(logical) 행동, 비논리적(illogical) 행동, 몰논리적(non-logical) 행동 등으로 유형화한다. 논리적 행동은 합리적 선택 행위로서 목적과 수단의 적합한 관계에 대한 사고에 근거한다. 비논리적 행동은 목적과 수단의 관계에 대한 적합하지 않은 사고에 근거하는 것으로서 이러한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고 몰논리적 행동은 논리적 행동 이외의 나머지 범주로서 감정(sentiment)을 의미하며 논리적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간의 행동에는 논리적 요소와 몰논리적 요소가 함께 작용한다. 따라서 합리지향성은 우리가 목적지향적인 행동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 그리고 인지적 요인과 감정적 요인이 목적지향적인 행동을 증진하거나 방해하는 방식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페레토는 최적원리를 주장하는데 반해, 사이먼은 만족원리를 주장하기 때문에 입장이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있으나, 앞서 논의한 것처럼 두 사람은 넓은 의미에서 이성의 한계에 대한 합리적 분석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합리성에 제약을 가하는 요인의 분석에서 양자 간의 차이를 찾아 볼 수 있다. 페레토는 전통적인 이성과 감정의 이분법에 따라 감정이 이성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합리성의 한계를 분석한다. 그에 반해 사이먼은 감정이라는 이성 외부의 요인이 합리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지만, 특히 계산능력이나 정보처리능력과 같은 이성 내부의 요인이 합리성을 제약하는 측면에 주로 초점을 맞춘다. 사이먼은 "합리성의 적은 감정이 아니라 무지이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사이먼은 이성에 의한 정보처리와 계산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소위 ‘무지’가 합리성을 제약하는 측면에 초점을 맞춘다. 이것이 사이먼이 갖는 독특성이라 할 수 있다.[3]

복잡한 환경의 구조[편집]

합리적 행동은 인간의 인지구조와 환경의 복잡성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 인간의 정보처리능력이나 계산능력이 제한되어 있다 하더라도, 합리적 행동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환경은 복잡하지만, 그 나름대로의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먼에게 환경 세계는 체계(system)이다. 체계는 통합적인 방식으로 상호 작용하는 구성 요소들의 집합체를 의미한다. 그리고 체계는 일반적으로 위계 구조(hierarchy)를 가지고 있다. 위계 구조는 상호 연관된 하위 체계로 구성되는 하나의 체계를 의미한다. 가령 조직과 같은 사회 체계는 부, 과, 계와 같이 상자들 안에 작은 상자들이 들어가는 방식의 위계 구조로 구성된다. 신체 조직과 같은 생물학적 자연 체계는 조직, 기관, 세포의 위계 구조로 이루어진다. 또한 언어와 같은 상징체계는 문단, 문장, 구, 단어와 같은 위계 구조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위계 구조 안에서 하위체계들 사이의 상호 작용과 각각의 하위 체계 안에서의 상호작용을 구분할 수 있다. 가령 조직 안에서 동일한 부서 안에 있는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은 상이한 부서에 있는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보다 그 빈도가 높을 것이다. 이처럼 상호작용의 빈도가 높고 낮음에 따라 하위체계들은 거의 분해가 가능하다(near-decomposability). 단기적으로 상호작용이 적은 하위 체계들은 느슨하게 연결되어(loosely coupled) 마치 독립적인 체계처럼 작동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총체적으로 하위 체계들이 서로 의존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유계 합리성의 조건 하에서 인간이 복잡한 현실을 인식하는 합리추구적인 방법은 그것을 행위자가 관리할 수 있을 정도의 단순화된 모델(simplified model)로 대체하는 것이다. 단순화가 가능한 것은 환경이 위계 구조와 분해 가능성을 특징으로 건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위계 구조와 분해 가능성으로 환경의 요소화(factorization)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요소화는 복잡한 현실을 거의 독립적인 부분들로 쪼개는 것이다.[3]

특징[편집]

도구적 이성[편집]

사이먼에게 있어서 인간의 의사결정의 원리를 밝히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인간의 사고능력이다. 이성은 의사결정의 열쇠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이성의 복음전도사로 평가되기도 한다. 이성의 복음전도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성의 본질을 밝히는 것이다. 사이먼이 생각하는 이성은 '도구적'이다. 이성은 어떤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는 것이다. 키리시스(Argyris)와의 논쟁에서 사이먼은 자신의 도구적 이성관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나의 아폴론적 세계에서, 이성은 자유와 창의성의 하녀이다. 그것은 나의 고양이나 개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절정의 경험들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이다. 그것은 나로 하여금 꿈을 꾸고 설계를 할 수 있게 하는 도구이다. 그것은 나와 나의 동료들이 우리의 기본적인 욕구들을 만족시킴으로써 우리 모두가 감각적, 정신적 쾌락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과 사회를 창조할 수 있게 하는 도구이다. 그리고 우리는 인간세계를 창조하고 유지하기 위해 이성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다시 말해 사고하는 인간에 관한 검증된 이론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도구적 이성의 기능은 가치나 목적을 판단하거나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가치나 목적을 이루는데 적합한 수단을 찾는 것이다. 따라서 도구적 이성은 가치판단이 아니라 사실판단에 주목한다. 이러한 도구적 이성관은 사이먼의 학문적 입장에 선명하게 각인된다. 이성의 복음전도사로서 사이먼의 주된 과제는 도구적 이성의 논리적 사유 과정을 경험적으로 밝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1950년대에 사이먼이 미국의 컴퓨터 개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랜드 연구소(RAND Corporation)에서 학문적 파트너인 앨런 뉴얼(Allen Newell)을 만나 컴퓨터를 활용하여 인지심리학과 인공지능 분야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사실이다. 사이먼은 컴퓨터가 코페르니쿠스적 전회의 현대적 버전으로서 ‘전산적 전회(computational turn, Franchi, 2006)’의 계기를 제공한다고 평가한다.

 인간의 고유성에 대한 정의는 항상 그의 우주론적 그리고 윤리적 체계의 핵심을 형성해왔다.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에 의해서 인간은 태양과 별들의 주목을 받는 우주의 중심에 위치한 종이 될 수 없게 되었다. 다윈에 의해서 인간은 신에 의해 창조된 그리고 특별히 영혼과 이성을 부여받은 종이 될 수 없게 되었다. 프로이드에 의해 인간은 이성적 정신에 따라 행동하는 종이 될 수 없게 되었다. 우리가 생각하고 학습하는 기계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인간은 유일하게 자신의 환경에 대해 복잡하고 지적인 조작을 할 수 있는 종이 될 수 없게 되었다.

사이먼은 컴퓨터가 모든 종류의 상징을 처리할 수 있는 일반적인 상징체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컴퓨터를 이용해서 모든 종류의 정보처리과정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으며, 그러한 과정들을 기술하기 위해 컴퓨터언어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정보처리체계인 두뇌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컴퓨터는 도구적 이성의 작동을 이해하는 열쇠로 등장한다. 사이먼은 1955년에 뉴얼과 함께 컴퓨터를 이용한 휴리스틱 문제 해결 프로그램을 만든다. 전산적 전회는 이러한 외침으로 시작된다. 사이먼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뉴얼과 내가 생각하는 기계(thinking machine)를 발명했다!” 도구적 이성은 이렇게 경험적으로 확인 가능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재탄생하게 된다.[3]

모델 확장자[편집]

의사결정자들이 결정 방법과 시기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만큼 아리엘 루빈스타인(Ariel Rubinstein)은 의사결정 절차를 명시적으로 명시해 유계 합리성을 모델화할 것을 제안했다. 이것은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연구를 연구 의제에 올려 놓게 된다. 게르트 기게렌저(Gerd Gigerenzer)는 의사결정 이론가들이 사이먼의 독창적인 생각을 실제로 고수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그들은 결정이 합리성에 대한 한계에 의해 어떻게 무력화될 수 있는가를 고려하거나, 사람들이 최적화하지 못하는 것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가를 모형화했다. 기게렌저는 간단한 휴리스틱스가 이론적으로 최적의 절차보다 더 나은 결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제안하고 보여 준다. 후 딕슨(Huw Dixon)은 이후 유계 합리성에 바탕을 둔 추론의 과정을 상세히 분석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만약 우리가 에이전트들이 그들을 최적치에 "가까이" 있게 하는 행동을 선택할 것이라고 믿는다면, 우리는 엡실론 최적화의 개념을 사용할 수 있다. 즉, 우리는 우리의 행동이 최적의 엡실론 내에 있도록 선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적(최상의 가능한) 보상을 로 정의한다면, 다음과 같은 엡실론 최적화 옵션 를 모두 로 정의할 수 있다.

엄격한 합리성의 개념은 특별한 경우 이다. 이 접근 방식의 장점은 추론 과정을 상세히 명시할 필요는 없으나, 오히려 그 과정이 무엇이든지 간에 최적치에 근접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좋다고 가정한다는 것이다. 컴퓨터 계산적 관점에서 의사결정 절차는 알고리즘과 경험적 접근으로 암호화될 수 있다. 에드워드 창(Edward Tsang)은 에이전트의 효과적인 합리성은 컴퓨터의 지능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다른 모든 것이 같다면, 더 나은 알고리즘과 휴리스틱스를 가진 에이전트는 더 낮은 휴리스틱스와 알고리즘을 가진 에이전트보다 더 합리적인 (더 최적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츠실리지 마르왈라(Tsilidzi Marwala)와 에반 허위츠(Evan Hurwitz)는 유계 합리성에 대한 연구에서 기술의 진보(예: 무어의 법칙, 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석으로 인한 컴퓨터 처리 능력)가 실현 가능한 합리성 공간을 정의하는 범위를 확장한다고 관찰했다. 합리성의 한계의 이러한 확대 때문에, 기계 자동화된 의사결정은 시장을 더 효율적으로 만든다.[1]

관계[편집]

행동경제학과의 관계

유계 합리성은 인간이 차선의 의사결정을 초래할 수 있는 추론적인 지름길을 택한다는 생각을 내포하고 있다. 행동 경제학자들은 인간 의사 결정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에이전트들이 사용하는 의사 결정 바로 가기 맵핑에 관여한다. 이 아이디어의 한 가지 해결법은 카스 선스타인(Cass Sunstein)과 리차드 탈러(Richard Thaler)의 넛지로부터 온다. 선스타인과 탈러는 선택 아키텍처가 인간 대리인의 유계 합리성에 비추어 수정될 것을 권고한다. 선스타인과 탈러로부터 널리 인용된 제안은 사람들이 덜 건강한 선택 대신 그 선택을 선택할 가능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건강에 좋은 옵션을 시시각각으로 볼 것을 촉구한다. 넛지에 대한 일부 비평가들은 선택 구조를 수정하면 사람들이 더 나쁜 의사 결정자가 될 것이라는 공격을 제기했다.[1]

소셜 네트워크 구조에 미치는 영향

최근의 연구는 개인의 유계 합리성이 그들 사이에서 발전하는 소셜 네트워크의 토폴로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특히 카스투리라트나(Kasthurirathna)와 피라베난(Pirabeenan)은 사회-생태학적 시스템에서 평균적으로 합리성 향상을 향한 추진력이 무규모 특성 출현에 대한 진화적 이유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들은 분산된 유계 합리성을 가진 초기 무작위 네트워크에서 다수의 전략 게임을 시뮬레이션한 다음, 노드의 한정적 합리성에도 불구하고 평균적으로 네트워크가 내시 평형성을 향해 융합되도록 네트워크를 재연결하는 방식으로 이를 수행했다. 그들은 이러한 재와이어링 프로세스가 스케일 프리 네트워크를 초래한다고 보았다. 스케일 프리 네트워크는 사회 시스템에서 어디에나 존재하기 때문에, 유계 합리성 분포와 사회 구조 사이의 연계는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것이다.[1]

각주[편집]

  1. 1.0 1.1 1.2 1.3 1.4 1.5 Bounded rationality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Bounded_rationality
  2. 김웅, 〈'제한적 합리성 이론'을 아십니까?〉, 《한국경제》, 2008-10-24
  3. 3.0 3.1 3.2 3.3 3.4 3.5 3.6 임의영, 〈H. A. Simon의 제한된 합리성과 행정학〉, 《서울대학교 한국행정연구소》, 2014-06

참고자료[편집]

같이 보기[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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